- 문제의식과 공동체 -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습관적으로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자주 화두에 내밀곤 한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점들에 대해 구성원들과 마음을 연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공동체가 크건 작건, 그곳에 내가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면 그 공동체에 대한 애정의 표현은 문제의식과 대안 모색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나는 흑백논리와 같은 극단의 두 가지 입장의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정의롭다", 또는 "경솔하다", 또는 "교만하다"가 그 것이다. 그게 나의 운명인지 아직까지 나의 문제의식에 대한 평가는 후자가 많은 편이다. 후자의 평가가 많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앞선 마음 때문에, 문제의 본질보다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앞서버렸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도 인간인지라 그것에 상처받고 고민하며 나 자신에게 다시 질문한다. 굳이 이것들이 문제화 될 만한 대상인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그럴 자격이 나에게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어느 모임이나 공동체에 소속되든지 항상 그 공동체가 아파하고 있는 문제들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며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해왔다. 대학에서 사진 동아리를 하면선 선배들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반기를 들고 대자보도 붙여보고 교회 세습을 당연히 여기는 담임목사님의 의견에 반대해 멱살도 잡혀보면서 그 많은 아픔들에 대해 다시 되물어 보고 나의 행동들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빌레펠트감리교회는 나에게 하나님이 허락하신 다섯 번째 교회공동체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성극을 준비하기 여념이 없었던 유년시절의 시골 작은 교회를 시작으로 교회와 담 쌓고 살던 사춘기 시절의 서울에서의 한 교회, 신학이라는 학문을 하면서 교회의 부조리를 뼈저리게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가슴아파했던 청년기 시절의 교회, 그리고 결혼과 함께 좀 더 성장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던 교회, 그리고 이곳 독일 땅,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2년 반을 함께했던 빌레펠트감리교회 공동체가 다섯 번째 교회공동체이다. 30년을 넘게 나의 인생의 한자리를 차지한 교회공동체는 당연 나의 삶의 중심축이다. 또한 나의 일상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애정 어린 눈으로 가장 빠르게 문제점을 살피게 되는 곳이다.
우리공동체를 눈을 감고 마음으로 바라보면 많은 아픔과 상처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픔과 상처가 작던 크던 그것은 나의 기도제목이고 관심사이다. 아픔을 바라보며 나의 인간적인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나에게 안타까움을 가져다준다. 교회공동체가 세상과 다른 점은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희망이 없는 곳은 절망이고 절망은 죽음을 가져온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문제다. 예수가 보여준 그 사랑의 실천, 그리고 희망의 공동체로 매일 거듭나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여러분들과 함께 문제점을 밖으로 드러내고 그것들에 대해 가슴으로 이야기 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안다. 나 자신이 여전히 교회 공동체와 세상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사랑이 많은 자 희망의 사람이 되자."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하지만 끊임없이 그 대상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으로 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길이다. 희망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회 공동체들은 대부분 그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군집한 모임들이 많다.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 대는 정치 그룹과 모임이 그 예를 적절히 보여준다. 하지만 교회공동체가 이 모임들과 다른 한 가지는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거듭남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지체들을 위해 기도하고 바라보면 각 지체들의 아픔들이 보인다. 그 아픔들에 대해 서로 기도하는 사랑은 그 어느 세상의 공동체와도 비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랑의 힘은 장시간의 토론을 거지치 않아도 손익 분기점을 정확히 맞추지 않아도 일의 해결이 자유롭고 정확한데서 나타난다.
이미 네 개의 교회를 떠나 다섯 번째 교회를 섬기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교회공동체, 그리고 함께했던 그리스도의 지체들은 언제나 나의 기도와 사랑의 울타리에 함께 있다. 몸은 떠나 같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는 없지만 한번 묶였던 교회공동체는 마음과 사랑으로 그 고리를 끊을 수가 없다.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공동체를 섬기게 되겠지만 빌레펠트감리교회, 여러분들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함께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