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피아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 갑자기 머리속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막혀버렸다. 20년 동안 피아노를 쳐오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대답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이 일을 계기로 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적어도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선. 내가 항상 듣고 난감해하는 질문은 "언제부터 피아노를 배웠니?"이다. 왜냐.. 정말 그냥. 단지. 그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3살 즈음부터 난 항상 엄마와 함께였다.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하셨는데 12시부터 밤9시까지 학원에 계셨고 학원에 없을 땐 개인렛슨을 다니셨다.
3살짜리인 내가 피아노학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장난감으로 여기게 됐다. 옆방에서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이 흘러나오면 그걸 따라 치거나 내가 화음 만들어서 동요를 치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자 놀이였다. 어린 시절 그렇게 혼자 방에 박혀서 피아노랑 매일매일 놀았다.
그렇게 나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피아노를 미워하기 시작한건 중학교 입시 때부터인 거같다. 전공이라는 무거운 짐이 내손위에 얹어지자 피아노앞에 앉는 것이 싫어졌다. 그때 학교에서 손가락을 다쳤고 6개월간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됐다. 피아노를 못 치게 된지 첫날부터 난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처럼 하루하루가 재미가 없었고 다행히 교수님의 도움으로 몇몇 곡을 편곡해서 오른손만이라도 연습을 하게 했다. 그렇게 6개월간 피아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이런저런 끝없는 기억을 더듬다 보니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음악은, 피아노는 나에게 공기라는 것,, 나를 숨 쉬게 하고 나를 살게 하고 어딜 가나 나와 함께 한다. 무엇보다 이 생각들을 통하여 내가 가장 크게 얻은 수확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원래부터 함께였기에 이 소중한 것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피아노앞에 앉으려 한다. 하루하루 내 앞에 펼쳐질 그리고 그분이 나에게 보여주실 음악의 또 다른 세계, 더 넓은 세계를 난 기대한다. 그렇게 난 멈추지 않을 거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피아노와 음악이 없으면 난 살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