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그네로 사는 그리스도인 -
 

얼마 전 우연히 Elend - 환난, 궁핍 - 이라는 말의 어원이 Ausland, Fremde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의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이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일상생활 속에서 이것에 정말 동감하게 된다. 전에는 눈치가 없어서 몰랐던 것들도, 요즘은 독일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몰랐을 때에는 마음이 편했는데, 이제 알고 나니 자주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같은 실수를 해도 외국인에게는 더 냉혹하다고 느낄 때는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남의 나라이니 차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들의 시민권을 하늘나라에 두고 이 땅에서는 나그네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남의 땅에 사는 것처럼 마음 둘 곳이 없이 고독하고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떠오르는 책 제목이 있었다. - Ich bin ein Gast auf Erden - 작년에 탄생 400 주년을 맞았던 독일의 찬송시인 Paul Gerhardt의 전기 제목이다. 이 분이 쓴 많은 찬송시 중 한 곡의 제목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분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P. Gerhardt 는 일찍 고아가 된 후 라틴어 학교에 보내져서 엄한 규율 속에서 교육 받게 된다. 그 후 신학공부를 할 때는 가정교사를 하며 고학을 했다. 매우 오래 공부를 하고 늦게 목사가 되어, 나중에 Berlin의 Nikolai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많은 찬송시를 썼고 음악 동역자를 만나 그의 시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붙여졌다. 하지만 늦게 결혼하고 얻은 귀한 자녀들이 여러 명 죽게 되면서, 절망과 우울에 빠졌다. 그의 시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바로 그것들이 가장 깊은 고난 가운데 나온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 시들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고통 가운데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의 전기 제목처럼 그는 정말 이 세상에 그의 소망을 두지 않고 나그네로 살았다. 가끔 나도 이곳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삶이 고달플 때 그 분의 삶과 시들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

/ 박성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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