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나 -

엊그제 한나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다. 잘 적응할까? 첫날부터 혼자 유치원에 남으려고 할까? 말이 안 통해 힘들어하면 어쩔까?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한나는 아무런 문제없이 유치원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우리가 유치원에 한나를 데리러 갔을 때 한나는 다른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와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를 우리에게 주시고 백일과 돌을 지나 걷게 하시고 이도 예쁘게 나게 하시고 잘 자라나 유치원에 가게 하신 이 모든 일이 다 감사하다!

건강을 주신 것도 감사하고 한나와 나누는 대화도 감사하다. 피천득씨가 쓴 서영이라는 수필의 첫 문장은 그래서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나와 뜻이 맞는 친구다.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다...중략

모든 시간을 서영이와 이야기 하느라고 보냈다. 아마 내가 책과 같이 지낸 시간보다도 서영이와 같이 지낸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내가 산 참된 시간이요,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은 물론, 내 생애에 가장 행복된 부분이다.

내가 해외에 있던 일 년을 빼고는 유치원서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일 서영이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왔다."
 

나 역시 한나를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며 피천득씨가 아버지로서 보냈을 그 시간들을 감사하며 보내고 싶다.

/ 임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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