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
 

지난 토요일날 Sina의 증조할머니를 뵈러 갔었다. 93세의 연세신데 한 달 전부터 거의 식사도 하시지 않고 물만 조금씩 드셨다고 했는데 가실 준비를 하시는지 가볍게 후 불면 날아가실 것 같은 모습으로 계셨다.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히 초롱초롱 하시고 아직도 실러의 시를 손자들을 앉혀 놓고 읊어 주시는 분이었는데.... 내가 죽거든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아주 행복하고 충만하게  살고 간다고 이제는 깊게 자고 싶다고 하시더니 하루로 채 지나지 않아 그렇게 이 세상의 끈을 놓고 날아가셨다.
 

난 중고등학교때 아버지랑 그리고 큰언니를 사고로 잃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일 때 염세적이면서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그러면서 하나 그때 나름대로 깨달았다고 하는 개똥철학의 진리는 아무리 힘들어봤자 죽기밖에 더할까?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두려워할 대상이 없었고 그 객기로 이십대는 쌈닭처럼 살아왔다.

칼, 미니로켓, 핵폭탄 그리고 불독, 이게 내 별명이고 한번 틀어진 게 있으면 저승까지 따라가서 발라(바로 맞춰 놓고 온다는 경상도 사투리)놓고 온다고 주변의 사람들이 그랬는데,
 

그러다 나이 서른을 넘겨보니 안해본걸 해봐야 한다는 친구의 충고로 결혼과 그리고 한 생명을 세상으로 불러내기 까지도 하는 재주도 부려보고, 어릴 적 꿈처럼 오대양 육대주를 건너는 Business를 하겠다는 어설픈 꿈도 조금씩 실현해 가고,,

그러나 이제 사십, 불혹이라고 했는데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삼시 세끼 챙겨 먹을 수 있고 비바람 막는 집에서 살 수 있으니 이미 부자라 그런지 어디 유혹됨이 없는데 그러나 이제는 산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살지가 나에게 화두로 다가 오고 있다.

이제는 이걸 할까 저걸 할까 미적거릴 시간이 없고 남의 사로 나의 귀한 시간들을 쪼갤 시간도 없고 흥미도 없다.
 

이제는 속살이 꽉 차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난다. 참되게 아름답게 그리고 몇 십 년이 지나서 꼭 그걸 해볼 것 하고 후회할 것 같은 것을 할 작정이다.

Sina를 놓고 내 정체성을 잃은 것 같아 목 놓아서 꺼이꺼이 울다 이제는 화장실에서만이 유일한 나의 파라다이스가 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사함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타인을 있는 그 색깔대로 보면서, 나의 스팩트럼으로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마음,

파아란 하늘을 보고 물깜을 풀고 싶은 순수한 마음,

나무와 바람이 함께 부른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맑은 귀,

내가 믿는 진리만이 유일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마음,

이런 넉넉한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워가고 싶다.

그렇게 나도 나이가 들어 죽음이 나를 찾아올 때 이루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가벼얍게 떠날 수 있는, 멋지게 죽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 박인숙

이 게시물을..